대학교 신입생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옆에 앉은 친구와 이야기 나누다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그 친구는 내가 첫 동양인 친구였고
나도 그친구가 거의 첫 백인 of 백인 친구였다.
문화도, 취미도 모든게 달랐지만
같이 있으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캠퍼스 안에서 마주치면 서로 달려가서 안기 바빴고
아침이나 저녁은 거의 항상 같이 먹다 시피했다.
강의가 끝나면 각자 기숙사방에서 만나 항상 하루종일 뭐했는지
누가 뭐 어땠는지 말하기 바빴다.
연애 고민도하고, 어떤 남자애가 연락이 왔네 어쩌네 하며
서로서로 지금 너무 이쁘다고,귀엽다고, 이야기를 하다말고 서로의 사진만 수십장을 찍었을거다.
항상 밤마다 서로의 감정을 진솔하게 이야기했는데
하루는 친구가 자기가 너무 좋은 노래를 찾았다며 나에게 들려주었다.
전등빛이 겨우 들어오는 어두컴컴한 친구방에서
Rendezvous At Two 의 노래를 들었을때의 감정은, 6년이 지난 지금도 쉬이 설명하지 못하겠다.
그 뒤로 1학년이 끝날때까지 친구랑 항상 그 가수 노래만 들었던거같다.
노래를 틀어놓고 좁고 어두운 기숙사 방에서 친구와 춤을 출때도 있었고
어두운 방에 잔잔한 알전구에 의지한채 노래만 흥얼 거릴때도 있었던거같다.
2학년이 되면서 자연스레 룸메를 하게되었고,
그렇게 없이 못살거같던 친구가, 걔때문에 집에 들어가기 싫을정도로 못한 사이가 되었다.
그 친구의 생활방식때문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았기때문에
내가 이사를가고 휴학을 하면서 그렇게 손절을 했다.
그렇게 자연스레 Rendezvous At Two 의 노래를 안듣게 되었고
나는 그 친구가 단 한번도 그립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만큼 그 친구랑 같이 사는게 힘들었으니까.
그러나 웬걸, 내가 손절한 친구들 중에서 제일 그립다.
아 제일이 아니라, 유일하게 그립다.
한번씩 대학교 동기들을 만나면 항상 말한다.
'나 걔가 사실 너무 보고싶어. 연락해볼까? 내가 너무 미화했나 ㅎㅎ ' 라고.
시간이 이렇게 지났으니 많이 미화가 된듯하다.
spotify를 새로 정기구독하면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데 나도 모르게 검색창에 Rendezvous At Two를 검색하고있더라.
항상 같이 듣던 노래를, 나 혼자 밤에 들을려고하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싱숭생숭이라기보단 울컥하는거같다.
그 친구가 그리운건지, 그때의 젊음이, 순수함이 그리운건지 아직도 구분이 가지 않는다.
같이 살지말걸.
내가 좀 더 노력해볼걸.
내가 좀 덜 예민하게 살아볼걸.
내가 좀 더 마음 넓게 그 아이를 바라봐줄걸.
연락도 못하는 사이말고 어쩌다가 한번은 연락할수있는 사이로 남겨둘걸.
아닌가
내가 너무 미화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