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그만둘래요. 5/1일까지만 일하고 그만둘래요'

라고 매니저 약사님께 말한 날이었다. 

 

그 전날 내가 11시 30 쉬프트에 들어갔을때

그 무엇도 되어있지 않았다. 

 

미리 만들어져 배달 온 약은 스캔도 안되어있고

뭐가 중요한지 당연히 모르는 매니저는

발주 온거부터 정리하고 있었다. 

 

내가 11:30분에 들어온 순간부터

자기 배달 온 약을 찾는 손님이 연속으로 왔는데,

그 모두에게 '3시에 오세요 아직 배달이 안왔어요' 라고 하며 돌려보냈다.

 

사실 내가 정리할 수도 있었다. 

내가 미리 만들어져온 약들,

내가 정리 할 수 도 있었다. 

아니, 원래 내가 했었다. 

 

근데 진짜 그날만큼은 매니저가 다 하게 냅뒀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냅뒀다. 

 

4번째 손님이 와서 내 약 어디있냐고 화내기 전까지. 

 

매니저는 내가 이래라 저래라 하는거 싫어하니까

약사님께 부탁해서 말좀 전달해달라고 했다. 

 

그러니 그제서야 발주온걸 냅두고

배달 온 약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후 4시즈음,

매니저가 약만들때 

만들어야할 약이 80개를 넘어섰다. 

우리 가게는 그렇게 안바쁠 뿐더러

숫자가 저렇게 올라갈 리가 없는데,

 

자기가 느린걸 아는지 모르는지

꿋꿋하게 약만드는거 보고 

나만 마음이 초조해졌다. 

 

약사님이 로테이션 바꾸라는 말에도 불구하고

자기는 꿋꿋하게 약만들거라는 말도 해가면서

내가 그만둘 마지막 이유까지 만들어주었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니

왜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하나

 

일 잘하는 정직원 2명이 그만두면서까지 

쟤를 데리고있는건

매니저 약사님과 가게 매니저인데 싶어

그 모든 책임감을 매니저 직급을 단 사람들에게 넘기고싶었다. 

 

안그래도 그만둬야지 그만둬야지

쟤때문에 내가 명이 짧아진다

쥐꼬리만한 월급에 이렇게 큰 똥덩어리와 일할 필요가 없다

라고 결론을 내린 날이었다. 

 

약국이 구렁텅이로 떨어지던

디엠이 실적 왜그러냐고 난리를 치던

내 알바야? 라고 생각했다. 

 

그러니 더더욱 그만두고 싶었다. 

 

 

 

 

 

 

그 다음날이던가,

매니저 약사님이 나를 따로 불러내시곤

'제발 처방전 입력하지도 말고, 전화받지도마' 라고 당부를 하셨다.

 

내가 한번 주중에 일을 안한적이 있는데

내가 없으니 그 아무도 처방전 입력도, 전화도 받지않아 너무 힘들었다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알겠다고 대답은 했으나, 

어쩌겠는가

일이 쌓이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내가 전화받고

미루고 미루다가 내가 처방전 입력하고

보다못한 내가 일을 끝내곤 했다. 

 

또 그 다음날, 

5시즈음

나 포함 테크니션이 4명이나 있었는데

3명 (매니저포함) 은 자기들끼리 뒤에서 노느라 정신없고

나 혼자 프론트, 디티, 처방전 입력을 하다가

전화가 울렸다. 

 

누군가는 받겠지

누군가는 받겠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누구도 받지 않았다. 

 

참다못해 너무 화가나서 

'Can anybody pick up the phone?"

하니 그제서야 누군가가 받았는데

도대체 왜 

일하는사람이 4명이나 있는데 내가 3명의 몫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겠고

매니저라는 사람이

뒤에서 히히덕거리는 정신머리가 궁금했다. 

다른 정직원 약사님과 나눈 대화내용

옛 시니어가 medical leave로 잠시 떠나고

내가 시니어가 되었을때

이제 본사에서 주는 압박감과 책임감은

고스란히 나에게 전해져왔다. 

 

매니저는 아는지 모르는지

전화도 안받고

경악스러울정도로 약 만드는 속도도 느렸고

모든게, 정말 모든게 느리고 멀티가 전혀 안됐다. 

 

능력은 한참 못미치는데에 비해

나름의 자존심이 있어서인가, 

일을 하라고 돌려말하면

매우 기분나쁜 티를 내며, 나한테 오히려 가시를 세우곤 했다.

 

예를들어,

나는 이미 약을 50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프론트와 디티는 이미 정직원들이 맡고있는 상황.

매니저는 그냥 헬퍼 포지션으로 전화를 받거나 프론트에 줄이 길어지면 레지스터를 하나 더 오픈하는 포지션이었다.

 

난 이미 약을 만들면서 처방전 입력을 하고있을만큼 일을 쳐내는데,

매니저는 이야기하느라, 다른일 하느라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내가 이미 6번째쯤 전화를 연속으로 받았을때 즈음, 

참다 참다 못해

'Can you pick up the phone please?" 라고 하니

'I will, after finishing my convsersation with my coworker, ____"

말이라고 하는건가

 

자기 대화가 얼마나 중요한진 모르겠으나

그 어떤 대화도 전화받고 이야기할수 있는 내용이다. 

물론 대화의 중요도는 내가 정하는게 아니라만서도

지금은 돈을 받고 일하는중 아닌가.

본사가 하라는대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본사는 전화가 1분이상 울리면 안된다고 했었기에,

모두가 얼마나 바쁘던 전화를 받기에 급급한데

매니저라는 사람이,

자기 이야기하느라 전화를 안받는게 말이 되나. 

(참고로 영화 이야기 하고 있었음. 일 이야기 한것도 아니었음)

 

그리고 전화좀 받아달랬다고 저렇게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게 말이 되나 싶었다.

어이도 없고 기도 안차서

그 전화는 내가 받았고

그 뒤로 어떠한 부탁도 일절 하지 않았다.

 

가끔 세월이 너무 야속하게 흐르는게 느껴진다. 

내가 벌써 약국에서 4년가까이 일했다니.

모든 알바 경력이 길어봤자 1년이었는데

약국은 욕을 그렇게하면서도 4년동안 일을 하고있다. 

 

손님때문에 힘들지만 그래도 일하는 사람들이 좋아서 4년동안 일 할 수 있었다. 

매니저가 나타나기전까진.

 

첫인상도 이상했다.

뭔가 굉장이 쓸데없는 부가적인 말이 많았다. 

하지않아도 될 말을 한다던가

일분일초가 급하고 바쁜데 자기 할말만 계속 한다던가

굳이굳이 말을 끝낸다던가 하는.

 

멀티가 안되는건 기본이었다.

자기가 할말이 많고 말하길 저렇게 좋아하는데

다른게 들릴리가. 

 

아무튼 그래도 새로운 매니저라고 하니 넘어갔다.

그때까지만 해도 약국에서 풀타임으로 일할 생각은 없었기에,

대학만 졸업하고 그만둘 생각이었다.

 

매니저인데 백신 놓는 자격증도 없고

약만드는건 상상하지도 못할만큼 느리고

캐셔 포지션으로 놔두면 5분마다 헬프가야하는건 필수

아, 설상가상 매우 권위적이었다. 

 

느리고 일 못하는건 둘째치더라도

약국에서 7년동안 일했는데 이것도 모른다고...? 하는게 너무 많았다.

 

그 매니저때문에

정직원 한명이 결국엔 다른 약국으로 떠났고

시니어는 매번 울면서 약사님이랑 싸우기 바빴다. 

(쟤를 데려온건 약사님인데 왜 쟤가 못하는일을 내가 도맡아서 해야하느지 모르겠다는 이유로 자주싸웠다)

 

결국엔 이 시니어도 다른 매장으로 이직 준비중인지

다른 약국에서 일할건지

올해 1월부터 나오지 않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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