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전히 가족이 싫어 머나먼 주로 대학갔던 2017년
C,D,F로 열심히 성적을 가꾸어갔던 2018년
이 성적으론 절대로 졸업도, 취직도 못할거같다는 불안감에
'학교가 별로야' 라고 변명을 대며 다급하게 자퇴를 했던 2019년
코로나로 인한 아빠의 실직 2020년 1월
자퇴를 하면 편입은 쉬울 줄 알았던 2020년
살면서 처음으로 너무나도 꼭 가고싶었던 학교가 생겼던 2021년 1월
학교 포털을 체크하라고 이메일 왔던, 2021년 6월 15일
하하호호 웃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혼자 불합격 통지를 확인 한 21년 6월 15일
부모님껜 어떻게 말하지 라고 고민했던 21년 6월 15일
겉으로는 불합격이 당연한거라며, 쿨한척 했던 그 날, 21년 6월 15일
붙고싶은 마음이 커서 대외활동만, 인턴십만 3개 했던 21년 6월
아 이제 진짜 대학은 못가겠구나 했던 성적을 받았던 21년 8월
너 그 학교는 안될거라며 하향 지원하라는 아빠의 말을 애써 무시한 21년 8월
어찌저찌 다시 원서를 써냈던 21년 9월
학교 포털 체크하라고 이메일 왔던 21년 12월 23일
하하호호 웃는 가족들을 뒤로하고 혼자 합격여부를 조회했던 21년 12월 23일
Congratulations! 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합격이다!! 라는 소리를 질렀던 21년 12월 23일
학교 가는거라면 아침 5시 30분에 기상하는것도 행복했던 22년 1월
처음들었던 아침 8시 수업에서 한 친구에게 간택 당했던 22년 1월
처음들었던 생물 수업에서 한국친구에게 간택 당했던 22년 1월
인턴십 했던 랩실 에서 다시 같이 일해보겠냐고 연락왔던 22년 4월
생각보다 힘들었던 리서치 랩실에 도망치고싶었던 22년 7월
초심을 잃었던 22년 9월.
내 양옆으로 앉은 친구들에게 간택 당했던 22년 9월
수많은 조별과제 때문에 정작 내 전공시험들은 망쳐버린 22년 9월
내가 못나서 수업 한개를 중도 드롭했던 22년 10월
랩실 멘토에게 정말 많이 혼났던 22년 10월
되도않는 성적을 받고 엄마한테 어떻게 말하지 했던 22년 12월
우주소녀의 '이루리'를 들었던 23년 1월
투에니원의 내가 제일 잘 나가를 들었던 23년 1월
아니나 다를까 얼음폭풍때문에 전기가 끊겼던 23년 1월
친구들이랑 삼삼오오 모여 발렌타인을 지냈던 23년 2월
친구들이랑 학교에서 피크닉 했던 23년 3월
친구들의 졸업식, 23년 5월
동생이 나보다 먼저 졸업했던 23년 6월
창피했지만 괜찮은척 해야했던 23년 6월
마지막 학기 첫날 23년 8월
공부했는데도 49점을 받았던 23년 9월
1년반동안 있던 랩실을 관뒀던 23년 9월
성적이 처참할정도로 안나와서 무서웠던 23년 10월
생각보다 많이 무기력했던 23년 11월
마지막 시험조차 53점을 받았던 23년 12월
졸업 못할까봐 불안에 떨었던 23년 12월
정말 스트레스 많이받고
똑똑한 애들 발끝이라도 따라가려고
이해하는 '척' 하다가 초라해지기만 했던 2년의 학교생활.
나 사실
45분 운전하는것도 끔찍하게 싫었고
캠퍼스에서 주차장 가는길은 더더욱 싫었어
9월에도 40도가 훌쩍 넘어가는곳에서
학교 상징색은 왜 보는거마저 덥게 주황색인지.
애들은 왜그렇게 똑똑한지 모르겠고
심지어 왜 나랑 친구하자는 애들은 더 똑똑한지 모르겠어서
척 하느라 너무 힘들었어
다 아는척. 괜찮게 본 척. 80점은 넘긴 척. 평균은 넘긴 척.
근데 있잖아,
수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나를 뽑아줘서 너무 고마워
초심은 잃었지만
그래도 정말 많은 사람들을 얻었고, 배웠어.
내 친구들은 생각보다 너무나도 훌륭한 사람들이었고,
그 훌륭한 모습 뒤에는 큰 시련들을 한두차례 겪은 사람들이더라.
그리고 나를 생각보다 너무 좋아해주는거 같아.
내 인생에 있어서 너무 소중한 사람들을 얻게되어서,
나도 그사람들한텐 그렇게 소중한 존재가 되려고 노력하고있어.
인생 살아가면서 내가 계속 베풀어주고 싶은 존재가 생긴다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
나한테,
이렇게 보잘것 없는 나한테,
너무나도 좋은 기회를 줘서 고마워.
What Starts Here Changes the World.
Hook'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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