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주일,
지인 가족이 놀러 왔다.
그 가족은 이런 내가 부끄럽고 이상하게 느껴질 만큼 가족애가 대단하다.
예를 들면 20살이 훌쩍 넘은 성별 다른 혈육이랑 같이 침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든지,
그러다가 잠에 든다든지,
서로의 연애사를 다 알기도 하고
연애고민이 있으면 혈육에게 제일 먼저 전화를 하고
둘이서 그렇게 방에서 까르르 꺄르르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는 가족이었다.
저녁식사하면서 온갖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한다.
그게 성적인 주제가 되어도 스스럼없이, 건강한 방식으로 토론을 하는데
부러운 건지, 그 가족이 단란한 게 이상한 건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혈육들은 본인 부모님에게 많은 것을 스스럼없이 털어놓는듯해 보였다.
이성친구가 생기면 곧장 말하는 듯한 눈치였고
부모님도 자식들의 연애를 응원하는듯해 보였다.
생일 때는 당연히 애인이랑 보내는 게 당연하단 분위기였고
미국으로 오는 그날까지, 공항에 데려다주는 것도 애인이 가도 되는듯해 보였다.
그 혈육들은 정말 단란해 보였고,
애인이 아닌 이상 그 누구도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없어 보였다.
그들을 보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대놓고 사랑받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렇다고 내가 집안에서 사랑 못 받고 자란 건 아니다)
누가 낫다를 비교하자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은 정반대이다.
화목하고 단란해 보이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우선 나만 보았을 때
세상 그 무엇도 부모님께 털어놓고 조잘조잘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모든 게 비밀이고 내 프라이버시다.
내 몸이고, 내 돈이고, 내 인생이다.
가고 싶은 여행지가 있으면 그냥 간다.
그게 연말이 되었든, 연초가 되었든, 가족들을 위한 휴일이라 해도 나에겐 그저 쉬는 날 중 하나.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거 같다.
솔직히 말하자면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크리스마스/새해
가족 그 외에 보낸 적이 한 번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가족끼리 보내야 하는 시간을 여행 간다고
눈치란 눈치는 다 보고,
그마저도 투쟁하고 항의해서 다녀왔다.
근데 내가 생각하기엔 여자인 친구라서 어느 정도 합의가 되었던 거 같다.
남자친구였으면 절대 못 나갔을 거 같은 생각이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
자유는 원래 투쟁하며 얻어내는 거다-
라며 나에게 되물을 수 있겠지만,
굳이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어 봐야 결과물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20대 초중반에 남자친구를 잠깐 사귀었을 때에,
엄마는 왜 생리를 안 하냐며 임신한 거 아니냐라고 몇 주 내내 물었다.
자궁 외 임신 아니냐며 솔직하게 말하라고, 닦달을 너무 한 탓에
어떠한 시험이 있어도 생리를 밀린 적이 없던 내가,
엄마덕에 생리가 1주일 정도 늦어졌던 기억이 있다.
그걸로 애인에 대한 이야기는 끝난 거다.
엄마는 이제 나한테서 절대 남자친구 이야기를 들을 수 없을 것이다.
절대로.
이 친구와 사귀었을 때
크리스마스, 새해, 내 생일을 다 보냈는데
놀랍게도 내 생일 딱 하루만 같이 지낼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새해는 가족끼리 보내는 거라나 뭐라나.
나갈 생각도 못했고
싸우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때의 친구에겐 어디 놀러 가서 못 만날 거 같다는 말 한마디로 그렇게 크리스마스/새해를 가족끼리 보냈다.
이렇게 쓰다 보니
내가 불만이 많은 건지
조그만 트러블을 너무 크게 받아들이는 건진 모르겠다.
동생이랑은 왜 정이 안 생기는지 모르겠다.
동생은 나와 친하게 지내고 싶다곤 한다.
근데 잘 모르겠다.
나도 예민하지만 동생도 예민하다.
예민하고 소심한 엄마 밑에서 같이 자랐으니 어쩔 수 없긴 하다만 서도
대하기 어렵다.
동생은 나와 너무 다른 종족인 거 같고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너무 다르다.
나와 180도 다른 사람이기에
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일상과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코드블루 (0) | 2024.09.15 |
---|---|
08262024-09022024 (5) | 2024.09.03 |
08052024-08112024 (0) | 2024.08.11 |
07202024-08042024 (1) | 2024.08.05 |
07222024-07282024 (0) | 2024.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