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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코드블루

by 0at_latte 2024. 9. 15.

여느때와 별 다른 없는 날이었다.

새벽 5시 기상

6시반에 출근

병원에서 30분 공부

7시에 약국 

7시부터 짝 지어서 약을 만들었다.

수십명, 수백명의 약을 만들었다. 

 

일한지 1시간이 지났으려나,

병원전체에 코드블루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했다. 

 

맞다. 나 병원에서 일하는거였지. 

여기 큰 병원이지.

응급실도 있는곳이지.

 

내가 정기검진 하러 가는 그런 작은 병원이 아니라 

삶과 죽음을 오가는 환자들이 있었지. 

 

작은 병으로 입원하는 환자들이 있는가 반면

큰 병으로 입원하는 환자들도 분명 있었겠지.

 

심각하게 아픈애들이 없을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믿고싶었다. 

 

눈도 못뜬거같은 애기가 침대에 누워 바이탈을 덕지덕지 붙인걸 봤을때도,

수술을 하러가는거같은 아이를 봤을때도,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별일 아니겠거니. 

큰 일 아니겠거니.

나는 의료진이 아니니까 덕지덕지 붙은 바이탈만 보고 지레 걱정하는건 아닐까 싶었다. 

코드블루를 듣기 전까지. 

 

코드블루가 지하에 있는 약국까지 울릴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코드블루가 울리자 직원들이 다 스피커를 바라보았다.

옆에 있던 매니저는 

'내가 아는 앤데... 내가 아는앤데..' 라고 되뇌었다. 

 

옆에 인턴이 코드블루가 무슨뜻이냐고 물었다.

'심정지'

인턴의 눈빛에서도 걱정이 서렸다. 

 

매니저는 'he will be fine' 이라고 여러번 말하며

자기 자신을 안심시켰다.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진 나도 모른다. 

괜찮을거라 빈다. 


오늘의 약 배달은 암병동이었다.

암병동이 뭔진 몰라도 특별한데 입장하는거쯤은 알았다. 

첫번째 문이 완전히 닫혀야 두번째 병동문을 열 수가 있었다.

air locked. 밖의 공기가 병동내로 못들어오게 조심해달라는 문구도 여러군데 볼 수 있었다. 

조금이라도 아프면 병동에 입장하지 말라는 문구도 보았다. 

암병동인지 몰랐어도 문구만 봐도 암병동인지 대략 느낌 상 알 수 있었다. 

 

월그린에서 일할때와는 다르게 여러가지 생각이 든다. 

여기 나름 실전이구나

아마 가족/친척의 죽음 말고 

타인의 죽음을 제일 가까이서 목격하는 곳 아닐까 싶다.

많은 생각이 드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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